악기의 혁신에 관하여

Written by arsnova
8월 30th, 2010

최근 국내 유력 일간지에서도 소개된 이 악기(관련기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8/15/2010081501066.html)는 기본적으로는 대단히 참신한 발상의 집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사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 악기는 미국인인 Bob Wiley에 의하여 디자인 되었는데, 근간이 되는 발상은 바로 <항공기 탑승>입니다. 항공기 탑승시 휴대할 수 있는 수화물 크기의 제한이라는 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 커다란 포인트라고 볼 수 있는데, 항공기 탑승을 고려한 것은 단순히 이러한 기타만은 아닙니다. Shure와 Klipsch의의 Sound Isolating 이어폰 등이 대표적인 항공기 상품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들 이어폰은 수십 만원대의 고가품이지만, 이들을 이용해야 하는 이들은 그만한 수입을 확보하고 있는 유저들이라는 점에서 나름의 시장을 형성해나가고 있습니다. 최근 악기 디자인의 한계 상황 등을 바라보며, 이제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이 미니스타 기타는 의외의 발상의 전환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너무나 다른 구조 – 거부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

이 악기의 구조는 바디를 제거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인 Bob Wiley의 관점은 ‘일렉트릭 기타의 기본적인 패러다임은 4가지 뿐인데, Les Paul, Stratocaster, Telecastor, Hollow Body가 그것이며, 그 외의 모든 디자인은 이 기본의 변형일 뿐이다’라는 것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미니스타는 이들 오리지널 모델과 정확히 동일한 스케일로 제작됩니다. 때문에 바디를 제거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일렉트릭 기타의 PCB는 바디 하단측에 위치하고, 가운데 부분은 트레몰로가 포함된 경우 실질적으로 빈 공간입니다. 따라서 얇은 전선은 적지 않은 길이가 되는데, 미니스타의 경우에는 이 거리가 대단히 짧은 악기입니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다른 기타/베이스에 비하여 레벨이 대단히 높습니다. 실질적으로는 잡음을 줄이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악기가 기본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방향은 혁신이 아닌 기본입니다. 실례로, 미니스타를 사용해본 프로뮤지션 가운데에는 밸런스 문제를 제기한 예가 종종 있습니다. 때문에 블랙홀과 같은 메탈 밴드는 이를 더블넥 형태로 사용하는데, 이는 다른 목적보다도 밸런스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밸런스는 스트레치 등과 같은 몇몇 연주 기법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이는 미니스타를 사용하는 유저 가운데 베이시스트가 극단적으로 적은 이유입니다. 베이스는 기타보다 프렛 간격이 넓고, 슬랩 등의 바디 의존적인 주법이 있어 미니스타의 베이스로는 곧 바로 한계를 만나게 됩니다. 이는 동일하게 실질적인 재즈 연주자가 미니스타 시리즈 가운데 한 가지인 재즈스타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만드는 원인입니다. 늘상 스트레치가 많은 재즈 연주에서는 바디에 지지가 되지 않는 형태는 분명 쉽게 한계상황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이 악기를 사용해 공연을 해보았는데, 필요한 시도를 전부 할 수가 없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물론 연주 자체의 폭이 좁아지지는 않겠지만, 구체적으로 언급해보자면, 코드 솔로, 스트레치, 베이스 워킹처럼 포지션 도약이 많은 연주를 하기에는 상당히 불편합니다.

음향적 여건이 고려되어 있는가?

이는 미니스타가 절대적으로 프로페셔널들에게 부적합할 수 있는 측면입니다. 몇 해전 YAMAHA는 Silent Guitar 시리즈를 선보인 예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것처럼, 야마하의 악기 그리고 음향 기기들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간적 특성 제약이 적다는 것입니다. 평이한 소리 특성과 평평한 주파수 특성은 어떠한 공간에서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따라서, 수많은 레코딩 엔지니어들은 야마하의 드럼을 선호하는 경향이 적지 않습니다. 특별히, 야마하 스네어 드럼은 음향적 여건에 큰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야마하의 악기들은 이러한 경향을 유지해오고 있으며, 혁신적으로 무게를 줄이고, 음향적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동성(mobility)을 장점으로 내세우기 위해서는, 단순히 ‘휴대가 간편한 것’ 이상의 요소들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계를 만나고 있는 기타의 디자인

PRS의 등장 이전까지는, 기타의 디자인은 스트라토캐스터, 레스폴 그리고 플라잉 V의 형태를 기본으로 변형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Steinberger의 획기적인 디자인과 구조는 한 때 화제가 되기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더불어 Gibson에 인수되고, 그 자체로는 판매고 측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만큼,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의 악기에 대한 사고방식은 보수적입니다. 어쩌면 뮤지션들은 인간이 지닌 보수적 방향성을 악기를 통해 표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더군다나 기타는 금속이 아닌 목재이기 때문에 더 많은 한계 상황을 만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잘 알고 지내는 악기 장인은 ‘욕심대로 디자인해보면, 기계로 깎을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아지고, 대부분이 수작업이 된다’라고 말합니다. 민감한 목재는 대량 생산 라인의 기기들로는 다룰 수 없는 측면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상적 디자인을 추구할 수록 악기는 수작업이 많아지고, 당연히 고가품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계 상황의 극복이 가능할까?

IBM의 사례가 보여준 것은, 스스로의 역량으로 불가능한 부분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인정하여 적절한 전략을 세우라는 것입니다. 때문에 IBM은 서버 OS의 제작 부담을 덜었고,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지원하여 자신들에게 맞는 운영체제를 Linux 개발자들을 통해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실례로 IBM은 적지 않은 자금을 리눅스 제작자들에게 후원하지만, OS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의 1/5 수준의 비용으로 적절한 결과물을 얻게 된다는 것이 그들의 결론입니다. IBM 서버의 시장성은 이러한 부분에 크게 의존합니다.

악기 회사도 마찬가지로, 아직 발굴되지 않은 디자이너들을 발굴하여, 단순히 기업내로 채용하기보다는 투자 등의 지원을 시도하여, 그들과 디자인을 공유할 수 있다면 더욱 참신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창조적인 작업은 결코 지시를 통해 성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하여, 신인 악기 디자이너들은 대량 생산의 한계성을 연구할 수 있을 것이고, 악기 제조사들은 참신한 개발 상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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